전통의 서울 3대 평양냉면 “을지면옥”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는 이름있는 냉면집들이 많이 모여있는데, 함흥 냉면으로 유명한 오장동의 양대산맥(오장동 함흥냉면집, 흥남집) 이 이곳에 있고, “우래옥” (을지로 4가), “평양면옥” (장충동), 유진식당 (종로3가), 필동면옥(필동3가) 도 이 근처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 평양냉면 또다른 강자, “을지면옥” 이 중구 을지로 3가역 바로 앞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평양 냉면집 중 한 곳으로 꼽으며, 혹자는 이 곳을 우래옥과 함께 서울 3대 평양냉면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나머지 한 곳은 사람에 따라 의견이 분분한데 평양면옥, 을밀대, 능라도, 봉피양 등을 꼽는 사람이 많다.

을지면옥은 의정부의 평양냉면집을 계승한 곳이다. 1970년 북한출신의 주인장이 의정부에 문을 연 평양냉면집 “평양면옥” 이 크게 성공하면서 첫째딸 홍순자씨가 을지로에 1985년 “필동면옥” 을 열었고, 둘째딸이 “을지면옥” 을 열고, 2006년 셋째달이 잠원동에 “본가 평양면옥” 을 열었다.

의정부 본점은 현재 큰아들이 맡고 있다고. 딸 셋이 차린 서울의 냉면집은 의정부 본가인 평양면옥과 다른 독립매장이다. 어디에서도 분점이나 체인점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 즉 본가의 맛과는 다른 평양냉면의 재해석이 이루어졌다고 보면 된다.

누추해 보이는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면 2중으로 된 입구를 지나 낡아 보이는 평양냉면집, “을지면옥” 이 나온다.

특이하게도 들어가는 입구 벽에는 북한 사진들이 걸려있고, 문 앞에는 이북 5도 민보가 비치되어 있다. 이 곳이 정통 북한 음식점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 하다. 이 점을 빼면 동네의 여느 평범한 냉면집과 다를바 없이 허름한 외관이다.

 

메뉴는 심플하다.  물냉면, 비빔냉면 외에 온면이 있다. 냉면 육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수육과 편육도 별도 메뉴로 제공된다. 편육을 안주삼아 소주를 한잔씩 하는 아재 손님들도 상당히 많다. 가게는 전형적인 오래된 노포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가게 안에는 손님이 늘 많지만 내부가 꽤 넓어 평일 저녁에 갈때마다 자리가 없던 적은 없었다. 다들 냉면이나 편육을 시켜놓고 소주를 한잔씩 하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동네 사랑방같은 고풍스런 느낌이 있다.

 

기다리는 동안 주방의 모습도 한컷 찍어본다. 이렇게 주방이 개방형으로 된 가게는 위생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듯 하여 보기가 좋다.

 

반찬은 신김치와 냉면무. 여기에 수육을 시키니 수육을 찍어먹는 장을 내 온다.

 

기다리는 동안에 면수(면을 삻은 물) 가 나온다. 으레 그렇듯이 함흥냉면집은 육수, 평양냉면집은 면수가 나온다. 평양냉면의 밍밍한 면수보다는 함흥냉면의 달착지근한 육수를 더 좋아하지만 평양냉면집에서는 면수가 나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 곳의 면수는 메밀 삶은 맛이 약하게 나는 심심한 느낌이지만 차가운 냉면을 먹다가 속을 덥히기 위해 먹어주니 이 또한 찬맛과 뜨거운 맛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면수가 심심한 사람은 살짝 간장을 넣어서 마시면 맛이 괜찮다.

 

기다리는 동안에 테이블에 비치된 양념통도 한컷 찍어본다.

 

고추가루로 악센트를 준 냉면의 모습이 너무나 맛있어 보인다.  늘 하듯이 평양 냉면을 받아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냉면 사발을 들고 육수를 한입 마셔 보는 것이다. 차갑고 맑은 국물은 미세하게 육향이 난다. 혹자는 닭고기 육수 맛이라는데, 나는 닭고기 맛을 거의 느낄수 없었다. 능라도나 우래옥은 더 강한 육향과 고기맛이 진한 육수 맛이지만 이곳은 담백하고 슴슴하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고 당황스럽지만 먹다보니 자꾸 생각이 나는 묘한 중독성이 있었다.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국물에 살짝 뿌려진 고추가루는 은근히 간을 잡아준다. 그래서 이곳의 냉면을 일컫어 평양냉면 초보자에게 적당한 맛이라는 평이 많다.

 

편육은 쇠고기 편육 한점, 돼지고기 편육 두점이 올라가 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같이 삶아서 육수를 만드는 것이 이 집의 요령인 듯 싶다. 그래서 수육도 쇠고기와 돼지고기 두가지가 제공된다.

쫄깃한 메밀면의 식감도 훌륭했다. 밍밍한 국물 맛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면발 자체의 맛을 더 강조한다는 정석적인 평양 냉면이다. 차가운 국물과 찬 성질의 메밀면이 몸에 느껴지는 시원함을 배가한다. 발 끊기는 메밀면. 냉면 면발은 가위로 자르지 않고 이빨로 끊어 가면서 먹는 것이 역시 진리다.

 

 

같이 시킨 쇠고기 수육은 차갑게 식은 상태로 나오는데 조금 질기고 퍽퍽한 느낌에 맛도 평이해서 실망스러웠다. 그나마 같이 제공되는 양념장에 찍어먹으니 새콤한 맛이 별미였다. 다른 리뷰들을 보면 쇠고기 수육보다는 돼지고기 편육이 일품이라는데. 다음에는 꼭 돼지고기 편육을 맛보리라…

 

이 글을 쓰다보니 또 시원한 냉면육수와 쫄깃한 면발이 생각 난다. 돌아서면 생각나게 만드는 평양냉면의 맛이다.

 

TravelotWorld 평점 4.0/5.0 고추가루가 들어간 슴슴한 정통 평양냉면
비싼만큼 제값을 못하는 수육이 다소 아쉽다.
영업시간 월~토 11:00 ~ 21:00
식사가격 인당 1만원
주차여부 주차불가
주요메뉴 냉면(물냉면) 10,000
비빔냉면 10,000
온면 10,000
소고기국밥 8,000
불고기 44,000
수육(소고기) 23,000
편육(돼지고기) 1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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