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오미나라, 오미자 와인 와이너리 방문
국산 와이너리 중에서 특이하게 “오미자” 를 재료로 술을 만드는 양조장이 있어서 찾아가보았다. 국내 최대의 오미자 집산지인 문경의 “오미나라” 와이너리가 그곳이다. 이곳에서는 오미자 로제 와인 (결/연) 과 로제 스파클링 와인, 오미자/사과 증류주 등을 만들고 있다.
이곳 사장 이종기 대표님은 서울대 농대 출신의 엘리트로 두산 시그램과 디아지오에서 위스키 양조를 하다가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국산술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문경에 오미나라 양조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많은 외국 친구들이 한국에 오면 한국의 고유한 술을 먹어보기를 원하는데, 이들에게 아직까지 한국의 술문화를 알려주겠다며 폭탄주를 대접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술 문화는 값싼 소주를 부어라 마셔라가 지배적인데. 우리나라도 외국인들에게 소개할만한 전통 술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종종 했었다.
대표님과 부대표님으로 부터 와이너리 소개를 들었는데, 오미자는 한반도에 자생하는 식물로 우리나라 음식과도 잘 어울리고 색과 향이 좋아서 와인으로서의 “관능미” 도 갖추고 있어서 한국을 대표하는 명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을 하신다. 실제로 최근에 정상회담의 만찬주로 사용되고, 신라호텔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라연에도 납품되는 등 한국의 고급 와인으로 가치를 점점 인정받는 분위기라고 한다.
오미나라의 오미로제 스파클링 와인은 전통적인 샴페인 방식인 병입 숙성을 하는데, 초기에는 오미자의 짠맛과 신맛이 너무 강해 제대로 발효가 되지 않아서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2007년에 프랑스 샴페인의 본고장 샹파뉴의 중심지 에페르네의 샴페인 연구소를 찾아갔습니다. 가지고 간 오미자 원액으로 발효가 가능한 지 부탁했지요. 그런데, 오미자는 쓴맛과 매운 맛이 강해 천연방부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발효가 안된다는 거예요.” – 조선비즈 인터뷰 중
결국 이종기 대표가 직접 연구하여 2년 여만인 2008년에 오미자 발효에 성공했다. 효모에 대해 여쭤보니 샴페인 효모와 배양 개발한 효모를 섞어서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 오미자의 원가가 매우 비싸고, 전통 방식의 샴페인 양조방식은 수율이 아직 좋지 않아서 “결” 은 99,000 원으로 판매해도 적자라고 하신다. 이날 마셔본 와인은 오미로제 “연” 인데, “연” 은 가격을 더 낮추기 위해서 탱크내에서 숙성시키는 샤르망 방식을 사용했다고 하신다. 5.5 기압을 갖고 있어 스푸만테 수준의 강발포 와인이었다.
시음을 해보니 오미자 냄새가 강렬하면서도 달콤한 느낌이다. 예쁜 핑크색에 기포가 매우 강하게 유지되어서 시각적인 즐거움도 크다. 버블이 무척 힘차게 올라오는 것이 버블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알콜 도수 8도로 부담이 적었고, 맛을 보니 새콤 달콤한 맛과 함께 은은하게 쓴맛도 느껴지는 복합미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대표님 말대로 충분히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와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와인이었다.
이종기 대표께서는 은퇴하고 편하게 살아도 되는 입장일텐데, 한국의 전통술을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오미자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다. 오미자 원료 가격이 비싸고, 수율도 개선해야 하는데다 유통망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아직은 크게 이윤이 남지 않는단다. 오미로제의 월 생산량이 5천병 수준이니 오미자 와인이 비로소 조금씩 알려지는 단계로 보면 될 것 같다. 이렇게 발전하고 있는 한국 와인을 알아가는 것도 와인을 공부하는 즐거움 중 하나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