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와인] 사이드웨이 (Sideways, 2004)
사이드웨이(Sideways)는 샛길이라는 뜻으로, 앞만 보고 인생을 살아오던 두 남자 주인공들이 샛길로 빠지듯 1주일간 와이너리 투어를 가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2명의 주인공은 중년의 교사이자 이혼남인 마일즈와 결혼을 앞둔 영화배우 잭이다. 이 두사람은 잭의 총각파티와 마일즈의 기분전환을 위해 캘리포니아의 와이너리로 떠난다.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은 나파 밸리나 소노마 밸리가 아닌 산타바바라 (Santa Barbara) 였는데, 원작자 렉스 피켓 (Rex Pickett)이 살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영화에서 마일즈는 이혼의 고통, 소설 출간의 어려움 속에서 산타바바라 와이너리로 훌쩍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마일즈와 잭이 여행 중에 겪는 일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이다. 두 사람은 산타바바라에서 스테파니 (샌드라 오), 마야 (버지니아 매드슨) 을 만나 호감을 갖게 되고, 이들 간의 썸타는 연애 이야기가 영화 중반부를 이어간다.
영화의 원작가 렉스 피켓은 이혼, 작가로서의 실패, 빚더미 등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는데, 유일하게 위안을 주었던 건 와인이었고, 와이너리에서의 테이스팅, 와인 애호가들과 만남이 희망과 행복의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게 된 내용이 “사이드웨이”이다. 잠시 쉬어가는 “사이드웨이”의 시기가 그가 인생작을 쓰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여행 중 마일즈는 출판을 거절당하고, 여행 중에 만났던 와인 친구 마야와 헤어지고, 은근히 재결합을 기대하던 전처는 잭의 결혼식에 나타나서 자신의 임신 소식을 알린다. 이로 인해 큰 상실감을 맛본 마일즈가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에서 종이 컵에 담아 마신 61년산 샤토 슈발블랑(Cheval Blanc) 은 마일즈의 절망적인 심리를 표현한 명장면이다. 수백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이 와인은 마일즈가 전처와 잘됐을 경우를 위해 아껴두었던 것인데, 전처와 끝났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종이컵에 담아 마구잡이로 마셔버린 것이다.
시간이 지난 후, 마야로부터 다시 연락을 받고, 출판을 하지 못했더라도 그의 소설은 무척 훌륭했고, 계속해서 글을 쓰라는 격려를 받고 그는 마야를 찾아가면서 영화는 끝난다. 우리 인생에서 새로운 희망은 늘 생긴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 하다.
이 영화 덕분에 이듬해 피노누아의 판매량이 늘었고, 산타바바라 와이너리에는 투어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는 등 와인 산업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작품 자체도 아카데미 촬영상을 받으며 저예산 영화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둔다. 다만 한국에서는 개봉 당시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는데, 와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보니 2004년 당시 와인 불모지였던 한국에서는 마이너한 취급을 받았던 것 같다. 영화 속의 중요한 모티브인 섬세한 피노 누아를 좋아하는 마일즈, DRC 리쉬 부르를 소장하고 있을 정도의 와인 매니아 스테파니, 영화 막판에 마구잡이로 마셔버리는 슈발 블랑 등은 와인을 잘 알아야 더 즐겁게 볼수 있는 중요한 영화적 장치였기 때문이다.
“사이드웨이” 라는 영화 속 이야기처럼, 영화의 뜻밖의 성공은 우리 인생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 지 알수 없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와인에 대해서도 재미난 장면과 대사가 많이 등장하기에, 와인 세미나 혹은 와인 수업에서 자주 인용되는 영화로, 와인애호가들이라면 꼭 보아야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