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기쁨 – 신의물방울 작가 아기타타시의 와인 칼럼

2000년대 중반, 만화 신의 물방울이 한참 인기를 끌던 시절에 작가 아기 타타시가 중앙썬데이에 연재하던 와인 칼럼을 엮은 책이다. 만화를 좋아하던 사람이라면 이 에세이도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또한 인터넷을 찾아보면 아직도 그 당시에 연재되던 칼럼들을 일부 읽어볼 수 있다.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는 작가의 프랑스 와인에 대한 편애를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일본 특유의 프랑스에 대한 동경과 맞물려 과도한 프랑스 와인에 대한 사대주의로 비칠만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런 부분을 작가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의 변은 자신의 인생 와인이 프랑스 와인이었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한다. 그가 와인애호가를 넘어 와인컬렉터가 된 계기는 DRC 에쎄조 1985년을 마신 것이고, 그때부터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고 한다. “와인과의 만남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 와인은 그만큼 깊이가 있으면서 인간을 사로잡는 힘을 갖고 있다. 아직까지 와인과의 충격적인 만남을 이루지 못한 분들은 그 만남을 향해 더 많은 와인을 마셔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운명의 와인’ 을 만나 인생이 바뀌는 듯한 충격과 행복을 맛보시길 바란다”

작가는 실제로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아파트 한채를 빌려 이곳을 와인 저장고로 사용하고 있으며, 수천병의 와인을 보관하고 있는 와인 매니아이다. 와인 보관을 위해서는 실내온도를 18도로 낮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아파트에서 24시간 에어컨을 가동시키고 있어 전기료만 매월 80만원이 나가고 있다고 한다. 또한 만화에 등장하는 와인들을 모두 마셔본 후에 그 감상을 정리해서 만화에 표현한다고 한다. 만화에서는 수십~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와인들도 수십병 이상 등장하므로 작가가 와인 취재를 위해 쓰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상상하기 힘들다. 물론 와인을 그만큼 사랑하고, 와인에 대한 조예가 깊은 사람이므로 만화 “신의 물방울” 도 그만한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닐까 싶다.

만화와 얽힌 재미난 일화들도 많다. 만화가 워낙 인기를 끌면서 만화에 등장하는 12사도 와인들도 품귀 현상을 빗게 되었다. 아래 글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는 12사도 와인을 구해서 마시려면 단순 계산으로만 수천만원이 소요된다. 작가 역시 제 3사도 샤토네프뒤파프 퀴베 다카포는 프랑스 현지 샵에서 구매한 것인데,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와인 모임 행사에 가져갔다가 단 한 잔밖에 마셔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일화도 소개한다. 그래서 그 이후로 12사도로 선정하는 와인은 2~3병 이상씩 구매한다고 한다.

1, 2권으로 나뉘어진 책의 1권은 주로 “신의 물방울” 에 얽힌 이야기들이 많다. 칼럼이 연재되던 시기가 만화 연재 초창기라 10권 이전의 앞부분에 얽힌 이야기들인데, 작가의 와인에 대한 상당한 내공을 알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다. 만화에 등장하는 이탈리아 와인 매니아 혼마 쵸스케가 실존 인물이라는 이야기. 그는 실제로 이탈리아 와인 매니아로 아내와의 프로포즈 때 “아마로네”를 사용해서 결혼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 일화는 후속작 “신의 물방울 – 마리아주” 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신의 물방울” 은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 두었으며 만화 곳곳에 “신의 물방울” 에 대한 힌트를 숨겨 두었으므로 어떤 와인이 신의 물방울이 될지 맞춰보라는 작가의 유쾌한 문제도 제시됐다. 신의 물방울이 추리물 같은 분위기를 띠는 것은 추리만화 소년탐정 김전일을 장기간 연재했던 작가의 추리물에 대한 내공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와인에 대한 기술을 읽어보고 제 1사도 “쥬르즈 루미에르 샹볼 뮤지니”를 맞춘 독자가 있었다고 한다. 샹볼 뮤지니의 이 생산자에 대해 작가가 만화책에서 여러번 극찬을 한 바 있기에, 만화 속에서도 약간의 힌트가 나왔다고 볼수는 있으나, 어쨌든 작가의 와인에 대한 묘사가 단순한 만화적 상상력만이 아니라 상당한 감성에 근거를 둔 표현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신문에 연재되던 칼럼을 엮은 책이라, 가볍게 한 챕터씩 쉽고 재미있게 읽었다. 여성 작가 (아기 타타시는 남매 작가의 공동 필명이나, 이 책의 칼럼들은 대부분 누나인 아기 타타시A 가 쓴 것으로 보인다) 특유의 여성스러운 필체도 잘 번역되어 와인을 좋아하는 아줌마가 이야기하는 수다를 듣는듯한 즐거움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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