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 “왕이 사랑한 보물”

국립 중앙 박물관의 가을 특별전으로 독일 드레스덴 박물관 연합의 주요 전시품을 전시한 “왕이 사랑한 보물 – 독일 드레스덴 박물관 연합 명품전” 이 지난 9월 부터 11월까지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작센의 선제후이자 폴란드의 왕 “강건왕 아우구스투스” 가 수집한 아트 컬렉션이 130 점이 전시되었다.

 

강건왕(The Strong) 아우구스투스(1670~1733)

동독에 위치한 작센의 선제후 가문 최초로 1697년 폴란드의 왕이 된 인물이다. 무려 354 명의 자식을 거느린 스태미너의 화신… 으로 “강건왕” 이라고 불렸다. 워낙 자식이 많아서 심지어 자신의 딸을 첩으로 삼기도 했다는 일화가 있다. 자신의 위엄과 권위를 과시하고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보여준 절대 왕정의 권위를 동경하여 작센 왕국에 이를 구현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 구성은 3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이 전시품들을 수집한 주인공 “강건왕 아우구스투스” 라는 인물에 대한 소개이다. 아우구스투스가 추구한 절대 군주와 “강건왕”의 의미. 왕의 군복과 태양의 가면, 의례용 검, 사냥도구 등의 전시품이 진열된다. 전시품들은 드레스덴 무기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태양왕 루이 14세를 흉내낸 강건왕의 마스크

 

 

2부는 아우구스투스가 드레스덴을 유럽 예술의 중심지로 만들기를 꿈꾸며 수집한 모아놓은 보물의 방 “그린볼드(Green Vault)” 가 소개된다. 수집품들은 상아, 청동, 은 등 재질에 따라 각 방에 분류되었다.

상아의 방

기병들의 전투 장면이 조각된 뚜껑이 있는 맥주잔

도금된 은으로 만든 잔에 상아로 장식한 맥주잔이다. 잔에는 유럽과 오스만 제국의 기병이 전투를 벌이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1683년의 빈 대전을 묘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 세공품과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진 상아 그릇

 

은의 방

루이 14세의 기마상

아우구스투스가 동경했던 루이 14세의 기마상으로, 그는 이와 유사한 자세를 취한 자신의 기마상을 신시가지 한가운데에 설치하였다.

 

보물의 방

 

3부는 아우구스투스가 수집하고 제작한 도자기들이 전시되었다. 당시 유럽에서 “하얀 금” 으로 불린 자기는 귀하고 인기 있는 물건이었으나 전량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강건왕은 요한 프리드리히 뵈트거를 시켜 유럽에서 처음으로 자기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이 자기들은 “마이센 자기” 라는 브랜드화 되어 오늘날까지 독일의 주요 도자기 중 하나로 꼽힌다.  처음에는 중국과 일본 도자기를 모방한 것에서 시작했으나, 이후 유럽에서 자주 쓰이는 문양으로 표면을 장식하고 조각으로 탄생시키며 예술작품으로 발전하였다.

중국 도자기와 마이센 자기의 비교 전시도 상당히 흥미로운 구성이었다.

 

도자기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시아 수출 자기와 마이센 자기가 소장되어 있고, 18~19세기 유럽에서 도자기를 실내 장식으로 진열한 방식으로 전시하였다.

 

붉은 용 식기 세트 – 뚜껑이 있는 식기 그릇

이 전시에서의 특징은 초고화질을 이용한 연출기법이다. 확대 사진 기술을 이용하여 드레스덴 궁전의 내부를 찍은 사진들이 벽면에 도배가 되어 관람객들이 실제 드레스덴의 전시 방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제공했다.

무굴 제국 아우랑제브 황제의 왕좌

무굴 제국의 황제 아우랑제브의 생일 연회를 작은 무대처럼 꾸민 작품이다. 다이아몬드 5223점, 루비 189점, 에메랄드 179점 등 진귀한 보석으로 장식되었다. 계단 가장 높은 곳의 왕좌에는 아우랑제브가 앉아 있으며, 신하들이 그에게 선물을 바치고 있다. 아우랑제부는 강건왕 아우구스투스와 동시대 인물로 인도를 지배했던 황제였다. 당시 유럽인들에게 아우랑제브는 막강한 힘과 부를 가진 절대권력의 상징이었다.

이 전시는 9월 19일 ~ 11월 26일 까지 중앙박물관에서 전시 후, 광주 박물관으로 옮겨서 18년 4월까지 전시된다.

예전에 드레스덴을 다녀온 바 있어서 추억도 생각도 나고… 상당히 뜻깊은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