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직관 후기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러시아 월드컵 직관을 무사히 다녀왔다. 이번 여행에서는 조별리그 중 “한국 vs 스웨덴”, “폴란드 vs 세네갈”, “브라질 vs 코스타리카” 3 경기를 직관했다. “카잔의 기적”이 있던 독일전을 직관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다. 월드컵 직관을 위해 러시아를 다녀온 경험을 정리하고자 한다.
월드컵 직관 비용
월드컵 직관을 다녀왔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돈 많이 들지 않았냐? 돈 얼마나 드냐?” 라고 묻는다. 그런데 생각하는 것처럼 돈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내 경우 7박 8일동안 조별예선 3경기를 관람 및 주변 도시 투어 등을 포함해서 총 300 만원 정도가 소요되었다.
여기에는 볼쇼이 발레 관람 (7000 루블 = 약 10만원), 조별리그 1등석에서 3게임 관람 (630 달러 = 약 70만원), 각종 기념품 구입(약 20만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한국팀 경기만을 목적으로 저렴하게 다녀온다면 1주일 여행에 200 만원 이하도 가능할 것이다. 이정도면 성수기 유럽여행 1주일 비용과 별 차이가 없다.
참고로, 국내 모 여행사가 진행했던 한국 – 스웨덴 한경기를 보는 월드컵 패키지 여행 가격은 500 만원이었다. 월드컵이라는 특수성을 이용해서 폭리를 취하는 여행사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티켓 구매 방법
티켓은 Fifa.com 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의 생각과 달리 티켓 가격은 국제경기 가격에 비해 많이 비싸지는 않다. 아래는 러시아 월드컵 경기 별 티켓 가격이다. (단위: 달러)
Cat4는 러시아 현지인들만 구매할 수 있는 티켓으로, 외국인들은 Cat1 (1등석) 부터 Cat3 (3등석)까지 가능했다. 더 가까운 곳에서 보고싶은 욕심에 전경기 Cat1 으로 구매하기는 했으나, 경기장 내에서 응원의 열기와 현장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Cat3 도 나쁘지 않다.
또한 티켓을 미리 구입할수록 원하는 날짜의 경기 티켓을 구매할 확률이 매우 높다. 아래 Fifa 공홈의 티켓 구매 정보와 같이 Sales Phase 1 까지는 선착순으로 티켓을 구매하는데, 수만장의 티켓이 풀리므로 조금만 발 빠르게 움직이면 원하는 경기의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나는 Sales Phase 2 부터 티켓 구매를 시작해서 한국팀 경기부터 예매를 했는데, 조금만 품을 팔면 모든 경기들이 구매가 가능했고, 일찍 준비할 수록 원하는 경기의 티켓을 수월하게 구매가 가능하다.
물론, Sales Phase 1 에서 티켓을 구매하려면 최소 6 개월 이전에 여행계획을 잡아야 하는데 일반인들에게 이건 쉽지 않다. 그래도 경기 날짜가 다가오면 구매한 티켓을 재판매(Resales) 하는 수요가 많기 때문에 꾸준히 공개 홈을 들락거리다 보면 대부분 원하는 경기 티켓을 살 수 있다. 러시아 현지에서는 암표상들을 많이 만났다. 주로 팬 페스트 혹은 티켓센터 주변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티켓 가격의 2~3 배에서 7배까지 부르는 사람도 봤다. Studhub 나 Viagogo 같은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들 구매대행 사이트들은 공홈 가격에 비해 3~4 배 정도 가격으로 판매중이었다. 그러니 조금 부지런하게 움직여서 찝찝한 암표나 비싼 구매대행 사이트 좋은 일 시키지 말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정상 가격으로 티켓을 구입할 것을 권한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사상 최초로 티켓 구매자에게 팬 아이디(Fan ID) 라는 신분증을 발급했다. 팬 아이디는 경기장 입장시 신분 확인용으로 쓰였고, 팬 아이디 보유자에게는 무료 대중교통 탑승, 주요 관광지 할인 혜택이 주어졌다. 여권을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꽤 편리한 제도였고, 향후 월드컵에서도 팬 아이디 사용 제도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드컵 직관의 의미
이번은 나의 월드컵 첫 직관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월드컵 기간에 맞춰 매 4년마다 개최국으로 여행을 가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월드컵 개최국은 국가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동원해서 관광객들의 편의를 돕는다. 덕분에 러시아에서 많은 자원봉사자들, 무료 교통 이용 혜택, 관광객들에게 친절한 시민들, 여기에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외국인 친구들과 공감대를 갖고 어울릴 수 있다.
폴란드-세네갈 경기를 보기위해 스파르타크 경기장으로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 공사로 지하철역이 폐쇄되어 헤맬 때 10분간 가까운 환승역까지 같이 걸어가서 나를 안내해 준 친절한 자원봉사자.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차를 탈 때 시간을 맞추기 위해 열심히 달린 후에 기차역까지 가방을 들고 같이 뛰어 준 택시 기사, 호스텔에서 만나서 금방 친해졌던 아르헨티나 축구 여행자 Eric 등…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든 여행이었다. 비싼 숙박비와 북적이는 인파를 감안해도 월드컵을 즐기기 위해서 그곳을 갈 이유는 충분했다.
러시아에서 인도, 중국, 터키 등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나라의 관광객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자국 경기가 없었음에도 나름의 응원팀을 정하고 경기를 즐기고, 다른 나라 응원단들과 어울려 월드컵이라는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축구 라는 공통의 주제를 갖고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이 즐기는 멋진 경험을 해볼 수 있다.
한국 vs 스웨덴 전이 열린 니즈니 노브고르드에서 중년의 한국인 부부 세 쌍을 만났다. 이분들은 남아공 월드컵 때부터 매 4년마다 월드컵 개최국을 찾아와서 원정 응원을 했단다. 이젠 그 분들이 이해가 되고, 나 역시 그렇게 매번 월드컵 직관과 원정응원을 즐기고 싶어졌다. 이번 월드컵 직관 여행은 너무 즐거웠고 즐거운 추억들을 만들었다. 축구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여건이 된다면 월드컵 직관을 도전해 보라고 진심으로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