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상술과 콘텐츠가 아쉬운 나라, 나미나라 공화국

오래간만에 남이섬을 찾았다. 북한강을 따라 남이섬으로 가는 드라이브는 매우 즐거웠다. 수려한 북한강 풍경을 옆에 끼고 달리는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길이었다. 더운 날씨에도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남이섬은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나들이 코스로 각광받던 곳이었다. 여기에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후로는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몰리면서 이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발돋움했다. 한 해에 이곳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100만 명을 넘고, 연간 방문객이 300 만 명을 넘는다 하니 명실상부하게 대한민국에서 내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남이섬 나루터 입구에는 너른 주차장이 있었다. 수려한 남한강 풍경을 뒤로 하고 주변에 보이는 “러브 모텔” 들이 다소 거슬렸다. 하지만 이곳이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던 장소임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가 갔다. 데이트 장소의 최고봉으로 “섬” 이 꼽히지 않던가.

나루터에서 입장료를 구입하고, 배를 타고 5분 정도 가니 섬에 도착했다. 이곳은 “나미나라 공화국“이란 가상의 국가를 선포하고 입장료를 ”여권 구입비용“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나미나라 공화국에는 자체 국기와 화폐, 정부수반도 있다. 배를 타고 섬으로 가니 어딘가 떠난다는 여행의 설렘을 느끼면서 나미나라 공화국이란 미지의 국가에 여행을 간다는 생각에 살짝 흥분이 느껴졌다.

이 기대감이 깨진 것은 남이 섬 선착장에 내린 직후였다. 사람이나 관광지나 첫인상이 중요하다. 섬 나루터에서 본 첫 인상은 평범한 시골 터미널의 여느 풍경과 다름이 없었다. 섬 초입에 위치한 평범한 시골 동네의 작은 가게들. 세련된 여행지를 기대했던 설렘은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관광지답게 물가는 너무나 비쌌다. 구멍가게에서 파는 과자와 식료품 가격은 바깥의 두 배였다.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다이어리 한 개에 15,000 원, 냉장고 마그넷 한 개에 6,000 원. 카페에서는 팥빙수를 12,000 원에 판매 중이었다. 관광지 물가라는 것을 이해해도, 모든 것이 너무 비쌌다. 재방문이 힘든 외국인들이 많이 온다는 점을 악용한 얄팍한 바가지 상술이 느껴졌다.

콘텐츠의 부재도 아쉬운 점이다. 남이섬은 사람들을 끌어 모을 만한 좋은 콘텐츠들을 많이 갖고 있다. 이곳은 “남이” 장군의 묘가 있는 역사적 장소이고, 한류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이다. 무엇보다도 북한강 사이에 위치한 평탄한 하중도로서 잘 가꾸어진 숲과 강이라는 멋진 자연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콘텐츠들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통일성 없이 번잡하게 구성된 느낌이다.

나미나라 공화국은 이 섬을 문화 예술의 장소로 가꾸려는 듯하다. 곳곳에 설치 미술작품이 있었고, 다양한 음악, 예술 행사들이 연중 개최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남이성의 정체성과는 무관하여 난잡한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이곳이 가진 자연이라는 장점을 극대화하여 방문객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만들면 어땠을까?

인터넷 리뷰를 읽어보면 남이섬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호평하는 것은 어설픈 박물관이나 문화 공연이 아니다.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섬을 한 바퀴 일주하거나, 메타 세콰이어 길을 산책하는 경험을 최고로 꼽는다. 남이섬의 자연을 즐기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나미나라 공화국은 간과한 것 같다.

박물관을 짓고 인디밴드를 초청할 비용으로, 섬의 조경을 가꾸는 것에 더 투자를 하는 것이 어땠을 까.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메타 세콰이어 길을 연장하고, 야간에도 사람들이 마음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조명등을 더 설치하는 것이다. 지금은 저녁 6시가 되면 자전거 대여가 중단되어 저녁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가 않다.

이곳의 비싼 바가지 행락지 물가도 바뀌어야 한다. 비싼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들의 가격이 현실화되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남이섬이 사람들의 지갑을 흔쾌히 열게 할 만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지는 정말 의문이다. 사드 이슈 이후로 중국인 관광객들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남이섬 역시 대한민국의 다른 여행지들처럼 상당한 타격이 있다고 들었다. 재방문이 쉽지 않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지갑을 노리는 얄팍한 상술에 소탐대실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섬에서 산책을 하다 보니 메타 세콰이어 길가에서 사진을 찍는 커플들의 모습, 섬 둘레 길에서 유유자적하게 자전거를 타는 가족들의 평화로운 모습들이 보였다. 저녁이 되자 나루터에는 조명이 하나 둘 켜지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했다. 남이섬은 여전히 아름답다. 자연이라는 콘텐츠를 잘 가꾸어 간다면 충분히 매력 있고,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섬이란 생각을 하면서 남이섬을 떠나는 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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