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인 미슐랭 원스타 간장게장집, “큰기와집”

2018년 현재 미슐랭 서울편에 등재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은 총 24개 (원스타 18, 투스타 4, 쓰리스타 2) 이다. 대부분의 미슐랭 레스토랑은 어느정도 공통점이 있다.

1. 가격이 매우 비싸다. 저렴한 곳이 인당 5만원 이상, 석식 정찬은 10~20만원 이상을 생각해야 한다.

2.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중심으로 영업시간이 타이트해서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방문하기 힘들다.

3. 코스요리 중심으로 메뉴가 구성되어 있어 한끼 식사를 위해 시간도 많이 투자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부담없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식당들이 아니다. “맛집” 으로 찾아가기에는 문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서울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중에서 문턱이 낮은 대중적인 곳이 있다.  종로구 북촌에 위치해 있는 간장게장을 주 메뉴로 하는 한식집이다. 정독도서관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가게 이름은 “큰기와집” 이다. 이 집의 미슐랭 소개는 다음과 같다. 

“간장게장 명인인 남궁해월 여사가 1977년, 목포에서 처음 시작한 큰기와집. 1998년에 현재의 삼청동 위치로 이전한 후 지금은 그의 아들인 한영용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청주 한씨 집안의 300년 된 씨간장을 이용해 게장을 담그기 때문에 특유의 깊은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대표 메뉴는 역시 간장게장과 게장 비빔밥이다. 게장 비빔밥의 경우 게살을 발라 내오기 때문에 손으로 먹는 번거로움이 없다. 또한 간장으로만 간을 한 반찬들은 파와 마늘을 소량만 사용해 재료 본연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 미슐랭 가이드 소개 중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으로 수요미식회 간장게장편에도 소개된 바 있다. 

 

이 집의 메뉴는 꽤 다양한다. 게장 메뉴로는 명품 간장게장 (40,000 원), 진품 간장게장 (50,000 원), 꽃게장 비빔밥 등이 있다.  간장게장을 약(藥) 으로 비유한 것에서 주인장의 게장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인다. 약식동원(藥食同源, 약과 음식은 같은 근본) 이란 말이 떠오른다. 이번에는 혼자 찾아갔기에 게장 살을 쉽게 발라 먹을 수 있는 게장 비빔밥을 선택했다.

 

식전 전채로 고소한 옥수수 죽이 나온다. 따뜻하고 고소한 죽이 위장을 잘 덥혀준다. 식탁 위에는 날김이 놓여 있다. 간장에 찍어 밥을 싸 먹기 위한 용도이다. 

 

이 곳은 일곱가지 반찬이 나오는 기본 7첩 밥상이다. 김치 외에, 장조림, 백목이버섯, 콩나물, 날미역, 연근조림 등의 반찬이 곁들여진다. 

전통 한식집답게 놋그릇과 놋쇠 식기에 음식이 담겨 나온다. 한식의 멋을 잘 살려주는 밥상이다. 반찬 중에는 질 좋은 쇠고기에 잘 절여낸 짭조름한 장조림이 맛난다. 이 집의 음식들은 장으로 담군 음식들이 맛난다. 김치는 양념이 가볍게 되어 있고 아삭한 초숙 김치이다. 배추의 신선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양념을 일부러 적게 썼다고 한다. 

 

게장 비빔밥을 시키면 게장살과 간장이 발라져서 나온다. 번거롭게 직접 발라 낼 필요가 없어 손을 더럽히지 않아도 되어 편리하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간장이다. 한영용 사장은 “청주 한씨 집안의 300년 된 씨간장을 이용해 특유의 깊은 감칠맛을 낸다” 고 한다. 간장맛은 짜지 않고 고소하면서도 감칠맛이 난다. 검정콩, 쇠고기, 전복, 건새우, 통대구포 등의 여러 재료로 빚어낸 간장을 7년 이상 숙성시켯거 만든 짜지 않은 이 집만의 전통 조선간장이라 한다. 

 

또한 이집 게장에서는 게장 특유의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게장의 비린내를 잘 잡아냈다. 게장 살이 꽤 튼실하다. 하지만 게장을 시켰을 때 보다 게장의 양은 작다는 느낌이 든다. 게장 껍데기에 밥을 비벼먹는 재미도 느껴볼 수가 없는 것이 아쉽다. 

 

간장게장 비빔밥 재료로는 오이, 당근, 갈은 새우, 김 등이 들어가 있다. 간장게장과 비비기 위해 재료는 최대한 담백하게 구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게장과 간장의 맛이 진하지 않아서 밥을 비빔밥에 비벼놓으니 비빔밥 재료에 게장이 묻히는 느낌이다. 짜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장이라서 비빔밥으로 만들기엔 게장 맛이 묻힌다. 

맛나게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정갈하게 차린 간장게장 비빔밥 한상은 잘 대접받았다는 느낌을 준다. 외국인을 데려오기에도 좋은 깔끔한 한식당이다. 그래서인지 손님들 중에서도 외국인들이 몇몇 보인다. 해화당의 간장 게장을 더 맛있었던 것 같지만. 문턱을 낮춘 게장 비빔밥과 푸짐한 7첩반상에는 점수를 주고 싶다. 

간장 게장을 먹다보면 늘 떠오르는 안도현 시인의 시가 있다.

스며드는 것

–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게의 입장에서 보면 슬픈 내용이다. 하지만 간장게장은 너무 맛있다. 앞으로도 계속 먹을 거다. 

 

댓글 남기기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